‘통합’인가? 아니면 ‘행정구역 개편’인가?

대전과의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벌써 3`~4년 전의 일이지만 최근 열린 공청회를 전후로 그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지역이 들썩했던 적이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해 두 개의 다른 주장을 하는 두 개의 단체가 있다. 이종열, 유태식, 심정수 전 충남도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대전-금산 행정구역 추진위원회(이후 추진위)’는 충남의 변방으로 남는 것보다 대전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 지역발전에 유리하다는 여러 자료들을 수집, 발표하고 있다.

반면에 ‘금산지킴이(이후 지킴이)’를 중심으로 하는 애향운동가들은 “이대로가 가장 좋다. 대전으로 가봐야 좋을 것이 무언가? 고향을 지키자.” 하는 소신을 주장하고 있다. 그 외에 농업과 관련된 시민단체들이 반대를 표명하는 플래카드를 수십 장 붙이며 반대하더니 지금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 글을 쓰는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하는 것이 글의 객관성을 확보하는데 중요할 것이다. 나는 추진위의 공동 대표 중 한 사람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어느 한 쪽의 의견만을 주장하기 보다는 “우리 대화하자. 그래서 가장 좋은 결과를 도출해보자”는 내용의 말과 글로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개인적으로는 추진위의 주장과 지킴이의 논조 모두 찬성하는 나는 줏대없는 인간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누군가 중간에서 이견을 좁히고자 노력하는 사람도 필요한 것이다.

찬반의 전혀 다른 이견이 존재하기 때문에 견해차를 좁히고자 하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구약성경에 바벨탑을 세우는 백성들의 우매함을 가르치기 위해 하나님이 서로 다른 언어로 소통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구절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같은 한국어를 사용하면서도 서로의 얘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우를 너무나 쉽게 범하고 있다.

이런 이견을 좁히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진행된 과정과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근거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통합’과 ‘행정구역 변경’은 다르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통합’은 현재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청주시와 청원군, 진해, 마산 창원은 ‘통합’한 것이다.

같은 충청북도, 경상남도 내에 있는 자치단체가 합치는 것은 서로의 합의만 있으면 가능하다. 법적으로 문제가 전혀 없다. 다르게 표현하면 딱 달라붙는 ‘화학적인 결합’이다.

그렇지만 ‘행정구역 개편’은 스스로의 존재는 유지하면서 편의상 동거하는 형태라서 ‘물리적 결합’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광역단체를 넘어서는 결합이라서 안행부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 사실이다.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킴이의 주장에 나도 동의한다.

그래서 추진위는 금산군의회와 대전시의회가 개편을 결의하면 이 결과를 갖고 국회에 청원을 넣어 국회의원들이 대전과 금산의 물리적 결합을 승인하도록 추진하려 했던 것이다.

심정수 전 도의원이 2만명이 넘는 금산군민들의 서명을 받아 놓은 자료가 있다.

이 서명자료에 중복, 대필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지킴이의 주장에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일부 수긍한다. 2만여 명의 서명을 받는데 그런 제가 하나도 없다고 자신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지만 백보 양보해서 일부의 그런 주장이 사실이며, 10% 정도의 오류가 있다 하더라도 5만 5천 인구에 아이들 빼면 4만여 명 사는 고장 금산에서 2만 명 서명은 대단한 가치가 있다.

추진위는 이 서명자료를 근거로 금산군의회에 ‘개편’을 결의해달라는 청원을 넣었다. 그런데 금산군의회는 그 결의 자체를 거부해버렸다.

이 과정에서 김복만 의장은 지도력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추진위 수십 명이 의회를 방문해서 항의하는 장면을 지켜보았는데, 금산군의회의 논리는 궁색해 보였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로 인해 더 이상의 추진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전술한 바와 같이 나는 토론하고 논의하면서 가장 좋은 길을 찾아보자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이런 이유로 지킴이들의 주장도 존중하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몇 가지 오해의 소지도 있을 것 같아 설명이 필요한 부분도 없지는 않다.

예를 들면 개편 후 금산은 대전의 혐오시설 단지가 될 것이라는 오해이다.

가장 대표적인 혐오시설은 쓰레기 매립장이다. 현재 대전시에서 운용하는 금고동의 매립장은 그 용량이 대단히 커서 150만 대전 시민이 적어도 80년은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인구 5만이 버리는 쓰레기가 많으면 얼마나 많겠는가 하는 얘기를 그들은 하고 있다. 오히려 금산의 쓰레기를 자기들이 받아주겠다는 말도 한다.

그렇다면 ‘80년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진 분도 많다. 그 의문에 대해서는 80년 전 우리의 모습을 보자고 얘기하고 싶다.

1930년대에 이렇게 세상이 지금과 같이 변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던가? 어떻게 80년 후의 세상을 알 수 있단 말인가? 쓰레기가 자원이 되어 돈 받고 파는 세상이 되지 말라는 보장은 누가 어떻게 하겠는가?

현재 심대평 지사가 위원장으로 있는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서 광역시의 구의회는 없애는 구상을 하고 있다는 말이 들리면서 ‘대전시 금산군이 되면 금산군의회가 없어질 것’이라는 의문을 지킴이들이 갖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 문제에 대해 추진위에서 중앙정치와 행정을 주도하는 인사들과 만나 질의한 결과에 대한 얘기를 전해 들었다. “설사 구의회가 일괄적으로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현재 광역시마다 존재하는 군의회는 없앨 수가 없다. ‘구’가 아닌 ‘군’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행정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반적인 견해이다.”라는 것이 그 행정전문가의 대답이었다고 한다.

사석에서 나눈 얘기라고 하니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그럴 것 같다는 판단은 선다.

세상 일을 누가 알겠는가? 한치 앞도 모르는 것이 세상이다. 그렇지만 추진위나 지킴이 모두 금산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작은 고장에서 함께 산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 가진 사람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세상이 변하는 것을 따라가고 때로는 앞지르기 위해서 여러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직역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 하고 다른 생각을 조화롭게 이어가는 마음을 갖는 것이 지역 발전을 위한 필수요소일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앞으로도 서로 다른 견해가 있다면 상의해서 맞추어나가는 과정에 내가 할 일이 있다면 맡아 하도록 하려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패 갈리듯 의견이 갈리면서 갈등이 생기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호택 gsm71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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