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과 금산전투

금산문화원 금산역사문화연구소 금산임란사순레길 탐사팀(단장 장호) 회원들.

1. 왜군 지웃재를 넘어 금산을 침입하다

3월 24일 아침 아직도 차가운 날씨이지만 임진왜란과 금산전투의 여정을 찾아 떠난다는 생각으로 금산문화원 금산역사문화연구소 금산임란사순례길탐사팀(단장 장호) 회원들은 추운 줄을 몰랐다. 임진왜란 하면 모두 이순신 장군만을 알고 나라를 위한 살신성인의 표상으로 칭송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임진왜란 초기 이순신 장군의 해전과 더불어 육지에서 전개된 금산전투가 없었다면 임진왜란 결과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탐사팀 단장 이하 6명의 회원들은 왜 그런 평가를 하는지 몸으로 체험하는 첫날이기에 다소 긴장을 하면서 왜군이 금산으로 침입한 곳으로 출발을 하였다.

영동군 학산면 지내리 광평 마을로 가면서 생각을 하여 보았다. 우리는 금산전투로 칠백의총과 이치대첩만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금산에는 임진왜란 초기(1592.6.23.-8.27)에 5차례 전투가 있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금산전투를 “임진왜란사에서 관군, 의병, 승병이 합세하여 항전한 것은 유례가 없다고 평가를 하고 왜군이 침입 때부터 패퇴할 때까지 한 달 여 동안 끈질긴 항전으로 이를 공격한 것도 금산전투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금산은 임진왜란에서 항전한 상징적인 곳이며 수많은 의사들의 순절로 왜군을 패퇴시킨 전적지로 금산전투는 임진왜란사에 영원히 기록되고, 그 항전의 유적지와 기념물은 민족사의 교훈으로 길이 보존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시를 하고 있다.

역사문화연구소 회원들의 옛임란사 격전지 답사 순례 모습

탐사단은 임진왜란 당시 금산을 침입한 왜군의 규모와 경로를 탐색한 결과 지금의 도로가 아닌 지웃재로 상정을 하였다. 왜군은 제6군 소조천융경이 이끄는 15,700명으로 4월 18일 부산에 도착한 후 5월 13일 서울에 도착을 하였다. 다시 북상하여 5월 25일 임진강 전투 후 전라도 점령 임무를 띠고 소조천융경은 충주, 조령, 선산(6월 9일), 김천, 추풍령, 황간, 양산을 거쳐 6월 21일 순양역에 도착을 하였다. 순양역은 지금 영동군 학산면 박계리 순양 마을로 금산의 제원역에서 경상도 방향으로 가는 첫 번째 역이었다. 순양역에서 왜군은 민가를 분탕하고 4방의 진을 구축하였다고 하는데 이 순양에서 금산으로 가는 길을 모색하였으리라 본다.

지금의 도로는 순양- 지내리- 호탄리- 가선리- 원골- 천내리에 이르고 있지만 당시에는 이 길이 아직 개설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을 하였다. 이 길은 금강을 따라 이루어진 길로 1613년 경에는 개설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 그 이유는 이 길을 가자면 제원면 천내리와 양산면 가선리 사이에 있는 협곡인 금산천錦山遷을 넘어야 하는데 이 금산천이 사서에 나오는 시기는 임진왜란 이후인 1656년의 사서에 나타나고 있다.

1613년 이안눌의 금계록에는 “광나루”만 나타나고 있는데 금산천錦山遷이라는 지명이 취병협과 함께 1656년의 『동국여지지』에는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이 시기에 즉 1612-1656년 사이에 취병협, 금산천, 광석강 등이 새롭게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이 시기에 지웃재가 아닌 금산천으로 역마 길이 개설이 되고 1930년대에 금산-영동 사이의 도로가 지금의 모습으로 된 것으로 보인다.

금산천이 생기기 전의 역마 길을 보면 순양- 지내- 지웃재- 화상동- 개고개- 원골 - 광석나루- 광석리(난들)- 자지산성-대산- 제원에 이르고 있었다. 왜군이 금산으로 가자면 순양에서 지웃재를 넘어 금강을 건너야 하는데 당시 왜군은 개고개에서 당시 역마 길로 통하던 도로가 아닌 부리면 어재리에서 천내리로 가는 길을 택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면 당시 권종 군수가 방어를 하기 위하여 저곡산성에 방어선을 구축하여 전투를 하였다는 사실로 볼 때 적어도 왜군의 주력부대는 당시 역마 길을 택하지 않았거나 위 두 길로 분산하여 금산으로 침입한 것으로 비정을 할 수 있다.

2. 권종 군수 천내강 전투에서 순절하다

지웃재는 임진왜란뿐만 아니라 삼국시대에도 전략적인 요충지로 알려져 있다. 신라의 김유신과 고려의 왕건도 이 고개를 넘어 황산벌로 진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신라군이 당과 약속한 기일이 촉박하여 빠른 길을 선택하여 신라 영역인 학산에서 출발하였다 가정하면 성주산성이 있는 지웃재를 넘어 자지산성이 있는 대산에서 봉황천을 따라 백령성을 넘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탄현을 넘어 황산벌로 진출한 것으로 비정할 수 있다. 이를 더욱 자세히 보면 다음과 같이 추정할 수 있다.

옛 저곡산성 자리였음을 알리는 해설판.

지도를 보면 성주산성과 연결이 되는 산줄기에 국사봉이라고도 부르는 성인봉과 성재산이라 부르는 곳에 성터의 흔적이 있고 그 사이로 하여 지웃재라 부르는 고개가 있다. 이 성인봉과 절터를 경계로 하여 예로부터 “지경내”라 부르고 있는데 지경내 동쪽은 신라의 영역이었던 학산면 지내리이고 서쪽 지웃재 영역은 제원면 용화리 지역이다.

지웃재에서 화상동을 지나 금강을 따라 오다 산줄기가 낮은 개고개를 넘어 다시 강가의 수심이 얕은 “광석나루”를 지나 난들에 이르고 다시 금강을 따라 오다 “자지산성”이 있는 대산리을 지나 금산에서 발원하는 봉황천과 금산천이 합류를 하고 조선시대 역마길인 제원도의 중심이 되는 제원리에 이른다. 백제시대에는 진내군 지역으로 큰 물줄기가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현재 봉황천이라 부르고 하나는 금천이라 부르는데 이 중에서 과거 고산으로 가는 역마길이 봉황천을 따라 이용하였으므로 봉황천을 따라 갔을 것이라 본다.

탐사단은 지내리 광평 마을에서 지웃재를 넘기로 하였다. 옛길을 따라 오르면서 탐사단은 당시 이 지웃재에서 왜군을 방어하였다면 어떠했을까 상상을 하여 보았다. 왜냐면 당시 금산에는 전라도 방어사 곽영이 이끄는 관군이 금산성에 주둔을 하고 있었고 왜군이 침입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권종 군수는 천내강 저곡산성에서 방어선을 구축하고 전투를 하였지만 방어사 곽영 군사는 금산을 포기하고 이치를 넘어 방어선을 구축하였다고 사서에 전하기 때문이었다.

위 지도를 보면 성주산성의 보루로 추정이 되는 성인봉과 성재산 사이는 ‘지경내’라고 부르는 제원면 용화리 지역으로 쉽게 접근할 수가 있었는데 장구목과 구라리산으로 통하는 골짜기가 넓어 옛길을 찾기가 힘이 들어 헤매었다. 잠시 예전에 한 번 답사한 경험을 살려 길을 찾아보니 지웃재 고개마루로 통하는 능선이 드러났다. 길을 따라 오르다보니 생각보다 길이 평탄하여 쉽게 지웃재 정상에 도착을 하고 고개마루를 지키던 성황당 흔적을 만나 잠시 돌을 던지고 주위를 살펴보니 산동백꽃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탐사단은 간단한 식사를 하면서 역사라는 것은 필연보다는 우연의 흔적이며 강자의 기록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면서 지웃재를 내려왔다. 금산 쪽의 길은 영동보다 더욱 편하게 내려오면서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지만 예전에는 영동으로 가는 사람들을 위하여 주막 등이 있었다는 화상동에 도착을 하였다, 비록 역마 길은 아니지만 불과 30여 년 까지는 사람들이 넘어 지웃재를 뒤로 하고 개고개로 향하였다.

소조천융경이 이끄는 왜군 15,000명이 순양에서 머물면서 민가를 분탕질하였다는 사실은 왜군도 금강을 건너는 방식에 고심을 하였다는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당시 금산의 전략적인 위치를 가늠하면 이해를 할 수가 있다. 당시 금산은 무주. 진안, 장수와 연결하는 중심지였기 때문에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충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정을 왜군도 충분히 감안하고 작전을 구상하고 침투 경로를 탐색을 하였을 것이다. 지금 전설로 보면 광석나루를 지나면 자지산성이 있는데 임진왜란에 관한 전설이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이곳으로도 왜군이 진출을 하고 광석나루가 아닌 천내리 방향으로도 진출한 것으로 비정을 하게 된다.

왜군이 6월 22일 금산군수 권종은 저곡리에 있는 산성에 방어선을 구축하였다. 당시 금산군 병사 150여 명과 제원역 찰방 이극형이 이끄는 수심 명의 군사로 만여 명의 왜군과 대치하였다. 6월 22일 경은 음력이므로 양력으로는 7월 말에서 8월 초에 해당이 되므로 장마철에 해당하므로 강물도 깊었을 것이며 더구나 금강 상류 용화리 붉은데기에서 황토흙을 풀어 깊이를 알 수 없게 하는 등 대응을 하였다. 그러다가 그날 밤 야음을 틈타 강을 건넌 왜군이 권종 군사를 포위하고 조여 와 혈투를 전개하였지만 중과부적으로 6월 23일 새벽 관군과 아들 준과 함께 모두 순절을 하고 말았다.

길봉석 편집장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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